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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도메인의 공통 문법 — 세무·법무·회계를 펴기 전에

세무 책, 법무 책, 회계 책은 단어가 완전히 달라요. 그래서 각각 처음부터 배워야 할 것처럼 보여요. 그런데 세 권은 같은 문법 을 써요. 누가 / 누구와 / 무슨 일을 / 언제 / 무슨 근거로. 이 문서는 그 문법이에요. 이걸 먼저 알면 세무는 새 언어가 아니라 아는 문법에 새 단어를 얹는 일 이 돼요.

이 문서의 자리. 이건 domain-foundations.md 의 열 칸 밑판을 기업 도메인 하나에 끝까지 얹어본 견본 이에요. 밑판을 먼저 읽으면 왜 하필 이 순서인지가 보이고, 여기부터 읽으면 밑판이 실제로 어떻게 생기는지가 보여요. 순서는 편한 대로.

먼저 밝혀둘 것. 이 문서는 실무 판단의 근거가 아니에요. 세율·기한·요건 같은 건 일부러 거의 안 적었어요. 그런 건 바뀌고, 바뀌면 이 문서가 틀려지니까요. 대신 바뀌어도 남는 것 만 적었어요. 실제 판단은 반드시 최신 자료와 담당 전문가로 확인하세요.


0. 왜 각각 공부하면 느린가

세무를 배우면 세무 용어가 쌓여요. 법무를 배우면 법무 용어가 쌓여요. 서로 안 이어져요. 그래서 세 번 배우는 느낌이 들어요.

그런데 회사에서 실제로 벌어지는 일은 하나예요.

회사가 직원에게 1억 원을 줬다.

이 한 사건을 놓고 각 분야가 이렇게 말해요.

누가 보나뭐라고 하나
법무이건 근로계약에 따른 지급인가, 별도 약정인가, 회수할 수 있는 돈인가
세무근로소득인가 상여인가, 원천징수 대상인가, 언제 귀속되나
회계이번 기의 비용인가, 아직 안 나간 돈이면 부채인가
인사보상 체계 어디에 해당하나, 다른 직원과 형평성 문제는 없나

단어는 다 다른데 묻고 있는 건 놀랍도록 비슷해요. 누가 누구에게 무슨 성격의 돈을 언제 무슨 근거로 줬는가.

이 문서는 그 공통 질문들을 열 개로 정리한 거예요. 열 개를 알고 나면, 세무 책의 한 챕터를 펴도 "아, 이건 그중 몇 번 이야기구나" 가 붙어요.


1. 주체 — "누가" 가 생각보다 어려워요

모든 판단은 "누가" 에서 시작해요. 그리고 이 회사가 하는 일과 그 사람이 하는 일은 법적으로 완전히 다른 사건이에요.

회사는 사람이에요 (법적으로는)

이게 기업 도메인의 출발점이에요. 법인 은 사람처럼 취급돼요. 계약을 맺고, 돈을 빌리고, 소송을 걸고, 재산을 갖고, 세금을 내요. 이걸 법인격 이라고 해요.

그래서 이런 구분이 생겨요.

  • 대표이사 개인의 돈 ≠ 회사 돈. 사장이 회사 돈을 자기 계좌로 옮기면 그냥 옮기는 게 아니에요. 빌린 것이거나, 급여거나, 배당이거나, 아니면 문제가 되는 것이거나 — 뭐라도 되어야 해요.
  • 회사가 진 빚은 원칙적으로 회사가 갚아요. 주주가 개인 재산으로 갚지 않아요. (이걸 유한책임 이라고 해요. 다만 예외가 있어요 — 10장에서.)

주체가 갈리는 자리

이 사람은회사와의 관계돈을 줄 때
직원고용근로소득, 원천징수, 4대보험
프리랜서일을 맡김사업소득 또는 기타소득, 다른 원천징수
법인 협력사거래 상대세금계산서, 대금 지급
주주회사의 주인배당
대표이사회사를 대표해 일함급여이면서 동시에 여러 규제 대상

같은 사람이 여러 자리에 동시에 있을 수 있어요. 대표이사이면서 주주이면서 직원인 사람은 흔해요. 그럴 때 돈이 오가면 어느 자격으로 받은 돈인지 부터 정해야 해요. 그게 안 정해지면 그 뒤 모든 판단이 안 서요.

초보가 자주 틀리는 자리

"우리 회사가 그 사람에게 돈을 줬다" 를 한 문장으로 보는 것. 실무에서는 이게 항상 두 개의 질문이에요. 주는 쪽이 누구 자격인지, 받는 쪽이 누구 자격인지.


2. 관계 — 같은 행동도 사이에 따라 달라져요

똑같은 거래도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다르게 취급돼요. 특히 "가까운 사이" 일 때.

왜 관계를 따지나

가까운 사이끼리는 가격을 마음대로 정할 수 있어요. 시가 10억짜리를 1억에 팔 수도 있고, 이자 없이 빌려줄 수도 있어요. 그러면 세금이나 다른 사람의 권리가 왜곡돼요.

그래서 법과 세법은 가까운 사이를 따로 지켜봐요. 세법에서는 이걸 특수관계인 이라고 불러요. 회사와 대주주, 회사와 그 임원, 계열사끼리 같은 관계들이에요.

가까운 사이에서 거래하면 대체로 이런 부담이 붙어요.

  • 정상적인 가격으로 했는지 설명해야 해요.
  • 아니면 정상 가격으로 한 것처럼 세금을 다시 계산당할 수 있어요.
  • 절차가 추가로 붙기도 해요. (이사회 승인 같은 것)

관계의 종류를 구분하는 감각

관계핵심잘못 보면
고용지시를 받고 일함, 시간과 장소가 정해짐프리랜서로 계약했는데 실질이 고용이면 나중에 근로자로 인정될 수 있음
도급·용역결과물을 납품, 방법은 알아서지나치게 지휘·감독하면 고용처럼 보임
위임판단을 맡김 (변호사, 세무사, 이사)맡은 사람에게 충실할 의무 가 따로 붙음
지배·종속모회사와 자회사별개 법인이지만 묶어서 보는 규정들이 있음

여기가 왜 중요하냐면

계약서에 뭐라고 썼느냐보다 실제로 어떻게 했느냐가 우선하는 경우가 많아요. 이걸 실질 을 본다고 해요.

프리랜서 계약서를 썼는데 매일 9시에 출근시키고 업무를 일일이 지시했다면, 나중에 근로자로 판단될 수 있어요. 그러면 퇴직금, 4대보험, 세금이 한꺼번에 따라와요.

기업 도메인 전체에서 반복되는 원칙이에요. 이름표보다 실제 모습.


3. 사건과 효과 — 무슨 일이 벌어지면 무엇이 달라지나

회사에서 벌어지는 일은 대부분 "그 순간 무언가가 달라지는" 사건이에요. 뭐가 달라지는지를 잡는 게 도메인 공부의 절반이에요.

두 종류의 사건

① 하기로 마음먹어서 벌어지는 일 계약을 맺는다, 물건을 판다, 사표를 낸다, 배당을 결의한다. → 법에서는 이걸 법률행위 라고 불러요. 핵심은 의사표시 예요. 하겠다는 뜻을 밖으로 드러내는 것.

② 마음과 상관없이 벌어지는 일 사고가 난다, 시간이 지난다, 물건이 망가진다, 기한이 도래한다. → 의도와 무관하게 효과가 생겨요.

②를 놓치기 쉬워요. 아무도 아무것도 안 했는데 결과가 달라지는 경우가 꽤 많아요. 기한이 지나서 권리가 사라지거나, 신고 기한이 와서 의무가 생기거나.

사건 하나가 지나가는 길

어떤 일이 벌어진다

그게 무엇으로 취급되나        ← 여기가 제일 어렵고 제일 중요

어떤 규칙이 걸리나

무엇이 달라지나 (권리·의무·금액·상태)

그래서 뭘 해야 하나 (신고·지급·기록)

두 번째 칸이 핵심이에요. "회사가 직원에게 1억을 줬다" 가 급여 로 취급되느냐 빌려준 돈 으로 취급되느냐에 따라 아래 전부가 달라져요.

계약이 언제 성립하는지

실무에서 자주 헷갈리는 자리라 따로 적어요.

도장을 찍어야 계약이 되는 게 아니에요. 원칙적으로 한쪽이 제안하고(청약) 다른 쪽이 좋다고 하면(승낙) 계약은 성립해요. 메일로도, 말로도 성립할 수 있어요.

그럼 계약서는 왜 쓰냐면요. 성립시키려고 쓰는 게 아니라 나중에 증명하려고 써요. (8장에서 다시.)

다만 일부 계약은 서면이 요구되기도 하고, 내부 절차(이사회 결의 등)가 필요한 경우도 있어요. 그건 개별 확인이 필요해요.


4. 권리와 의무 — 회사는 약속 뭉치예요

회사가 가진 것은 물건만이 아니에요. "받을 수 있는 상태" 와 "줘야 하는 상태" 가 회사의 큰 부분이에요.

가장 기본 한 쌍

  • 채권 — 누군가에게 뭘 해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자리. (돈 받을 권리)
  • 채무 — 누군가에게 뭘 해줘야 하는 자리. (돈 줄 의무)

물건을 팔고 아직 돈을 못 받았으면, 회사에는 받을 권리 가 생긴 거예요. 이게 회계에서는 매출채권 이라는 자산이 돼요. 권리는 재산이에요.

권리에 붙는 네 개의 동사

새 도메인에서 권리 이야기가 나오면 이 네 개를 물어보세요.

동사묻는 것
생긴다언제부터 이 권리가 있나계약할 때? 물건을 넘길 때? 돈을 낼 때?
넘어간다남에게 넘길 수 있나채권 양도, 주식 양도
사라진다어떻게 없어지나갚으면, 포기하면, 기한이 지나면
지킬 수 있다안 지키면 어떻게 되나소송, 강제집행, 담보 실행

마지막 줄이 중요해요. 권리가 있다는 말과 실제로 받아낼 수 있다는 말은 달라요. 상대에게 재산이 없으면 이겨도 못 받아요. 그래서 실무에서는 담보, 보증, 선급 같은 장치를 붙여요.

소유권과 점유는 달라요

지금 내 손에 있는 것과 내 것인 것은 다른 이야기예요. 리스한 장비는 우리 사무실에 있지만 우리 것이 아니에요. 맡아둔 물건도 마찬가지고요.

"누구 것이냐" 와 "누가 갖고 있냐" 를 분리해서 보는 습관 이 도메인 전반에서 계속 쓰여요. 회계에서 자산으로 잡을지, 세무에서 누구에게 과세할지, 사고가 났을 때 누가 책임질지가 여기서 갈려요.


5. 분류 — 같은 사실에 붙는 여러 이름표

현실은 하나인데 각 분야가 자기 이름표를 붙여요. 어떤 이름표가 붙느냐로 결과가 통째로 바뀌어요.

예시 하나로

"회사가 김OO에게 500만 원을 지급했다." 사실은 이게 전부예요. 여기에 이름표가 붙어요.

어느 분야붙일 수 있는 이름표
세무근로소득 / 사업소득 / 기타소득 / 대여금 / 배당
회계비용 / 선급금 / 대여금(자산) / 미지급금 정산
법무근로계약 이행 / 용역대금 / 대여 / 손해배상

어느 이름표가 맞는지는 사실관계로 정해져요. 그리고 이름표가 정해지면 세율, 원천징수 여부, 필요한 서류, 회계 처리가 자동으로 따라와요.

그래서 실무 대화의 상당 부분이 "이게 뭐로 잡히냐" 예요. 그 다음은 대체로 찾아보면 나와요.

분류 체계 세 가지만 알아두면

① 소득의 구분 (세무) 개인이 버는 돈은 성격에 따라 나뉘어요 — 근로, 사업, 이자, 배당, 연금, 기타, 양도 등. 구분이 다르면 세금 계산 방식이 아예 달라요. 필요경비를 얼마나 인정하는지, 종합해서 합산하는지, 분리해서 끝내는지가 다 달라져요.

② 계정과목 (회계) 회사의 모든 거래는 자산 / 부채 / 자본 / 수익 / 비용 다섯 통 중 하나로 들어가요. 이 다섯 개가 회계의 뼈대예요.

③ 법률관계의 성질 (법무) 같은 "돈을 준다" 도 매매대금인지, 대여인지, 증여인지, 손해배상인지에 따라 적용 규정이 달라져요.

초보가 자주 틀리는 자리

이름표를 자기가 정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그냥 기타소득으로 처리하면 안 되나요?" 는 대체로 안 돼요. 이름표는 실제 사실관계를 보고 정해지는 거지 고르는 게 아니에요. (2장의 "이름표보다 실제 모습" 이 여기서 다시 나와요.)


6. 시간 — 언제로 잡느냐가 결과를 바꿔요

기업 도메인에서 시간은 배경이 아니라 변수예요. 같은 거래도 언제로 잡느냐에 따라 세금과 손익이 달라져요.

회사에는 연도가 있어요

회사는 사업연도 단위로 살아요. 보통 1월~12월이고, 이 기간을 잘라서 "이번 기에 얼마 벌었나" 를 계산해요.

그래서 12월 30일에 잡히느냐 1월 2일에 잡히느냐 가 실무에서 진짜 문제가 돼요. 같은 거래인데 어느 해의 이익에 들어가느냐가 달라지니까요.

언제로 잡느냐 — 두 가지 방식

방식언제 잡나어디서 쓰나
현금주의돈이 실제로 오간 날직관적. 일부 영역에서 사용
발생주의거래가 실질적으로 일어난 날회계의 기본 원칙

발생주의가 기본이라는 게 중요해요. 11월에 물건을 넘겼고 대금은 다음 해 2월에 받기로 했다면, 매출은 11월에 잡혀요. 돈이 안 들어왔는데 매출이 잡히고 세금이 나올 수 있어요.

이게 흑자 도산이 생기는 이유이기도 해요. 장부상 이익은 나는데 통장에 돈이 없는 상태. (7장에서 다시.)

세 종류의 기한을 구분하세요

① 해야 하는 기한 — 신고 기한, 납부 기한, 보고 기한. 놓치면 대체로 가산세나 과태료가 붙어요.

② 권리가 사라지는 기한 — 받을 돈이 있어도 오래 방치하면 못 받게 될 수 있어요. 소멸시효 라고 해요. 채권 종류마다 기간이 달라요.

③ 국가가 더 못 건드리는 기한 — 세금을 다시 매길 수 있는 기간에도 한계가 있어요. 다만 숨기거나 속인 경우엔 훨씬 길어져요.

소급이라는 문제

"지금 와서 그때 걸 고칠 수 있나?" 도 계속 나오는 질문이에요. 수정신고, 경정청구, 계약의 소급 적용 — 되는 것도 있고 안 되는 것도 있어요. 가능한지 자체가 논점이 된다 는 것만 알아두면 돼요.


7. 돈의 흐름 — 번 것과 들어온 것은 달라요

회사에는 숫자 판이 두 개 있어요. "얼마 벌었나" 와 "돈이 얼마 있나". 둘은 자주 안 맞아요.

두 개의 판

① 손익 — 얼마 벌었나 수익에서 비용을 빼면 이익. 6장에서 본 발생주의로 계산해요. 세금은 대체로 여기에 붙어요.

② 현금흐름 — 돈이 얼마 들어오고 나갔나 실제 통장. 여기가 마르면 회사는 이익이 나도 멈춰요.

흑자 도산 이 이래서 생겨요. 매출은 크게 잡혔는데 대금 회수가 늦어서 당장 줄 돈이 없는 상태. 그래서 실무에서는 이익보다 자금 을 먼저 걱정하는 사람이 많아요.

회계의 다섯 통

모든 거래는 이 다섯 개 중 하나예요.

자산회사가 가진 것 / 받을 것현금, 매출채권, 장비
부채갚아야 할 것차입금, 미지급금, 미지급 급여
자본자산에서 부채를 뺀, 주인 몫자본금, 쌓인 이익
수익번 것매출
비용쓴 것급여, 임차료

그리고 이 관계가 항상 성립해요.

자산 = 부채 + 자본

이 한 줄이 회계의 뼈대예요. 회사가 가진 것은 결국 남의 돈 아니면 주인 돈 으로 산 것이니까요.

자산이냐 비용이냐

실무에서 계속 나오는 갈림길이에요.

노트북을 200만 원에 샀어요. 올해 비용으로 다 털까, 자산으로 잡고 몇 년에 나눠 털까? 나눠 터는 걸 감가상각 이라고 해요.

어느 쪽이냐에 따라 올해 이익이 달라지고, 세금이 달라져요. 그래서 금액 기준이나 사용 기간 같은 선이 정해져 있어요. 선이 어디인지는 확인이 필요하지만, 선이 존재한다는 것 만 알면 물어볼 수 있어요.

부가가치세를 보는 눈

부가세는 사고파는 값에 붙는데, 회사 입장에서는 원칙적으로 자기 부담이 아니에요. 받아둔 것에서 낸 것을 빼서 남는 걸 나라에 내는 구조예요. 그래서 회사 통장에 있는 돈 중 일부는 내 돈이 아니라 맡아둔 돈 이에요.

이 감각이 없으면 통장 잔액을 다 쓸 수 있는 돈으로 착각해요.


8. 기록과 증거 — 안 남기면 없던 일

실제로 그랬느냐와 그랬다고 보여줄 수 있느냐는 다른 문제예요. 분쟁과 세무조사는 후자로 갈려요.

왜 그렇게 서류를 요구하나

억울하게 느껴지는 자리예요. 진짜로 밥을 사줬는데 영수증이 없으면 비용으로 인정 안 될 수 있어요. 정말 그랬는지 나중에는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기업 도메인 전체에 이런 태도가 깔려 있어요.

남기지 않은 것은 없었던 것에 가깝게 취급된다.

누가 증명해야 하나

입증책임 이라고 해요. 이게 실무에서 굉장히 중요해요. 증명 못 하면 지는 쪽이 정해져 있거든요.

대체로 "나에게 유리한 사실은 내가 증명" 이 기본 이에요. 비용으로 인정받고 싶으면 회사가 업무 관련성을 보여줘야 하고, 돈을 빌려줬다고 주장하려면 그쪽이 보여줘야 해요.

그래서 실무의 상당 부분이 미리 증거를 만들어두는 일 이에요. 계약서, 세금계산서, 이사회 의사록, 이체 내역, 메일. 분쟁이 터진 다음에는 못 만들어요.

종류를 구분하면

종류뭘 증명하나
계약서무슨 약속을 했는지
세금계산서·영수증거래가 실제로 있었는지, 얼마인지
이체 내역돈이 실제로 움직였는지
의사록·품의회사가 절차를 밟아 결정했는지
장부전체가 일관되게 기록됐는지

하나만으로는 약하고, 여러 개가 서로 맞을 때 강해요. 계약서에는 500만 원인데 이체는 300만 원이면 오히려 설명이 필요해져요. 일관성 이 증거의 핵심이에요.

보관 기간

서류마다 몇 년 보관하라는 규정이 있어요. 기간은 자료마다 다르니 확인이 필요하지만, "버려도 되는 시점이 규정으로 정해져 있다" 는 감각은 갖고 계세요. 임의로 버리면 나중에 곤란해져요.


9. 규칙과 예외 — 규칙은 한 층이 아니에요

"법에 뭐라고 나와 있어요?" 라는 질문에는 층이 있어요. 어느 층을 보고 있는지 아는 게 중요해요.

규칙의 층

법률          국회가 만듦. 가장 위.

시행령·시행규칙  구체적인 내용. 여기서 실무가 갈리는 경우가 많음.

행정 해석·예규   과세관청 등이 "이런 경우는 이렇게 본다" 고 밝힌 것

판례            법원이 실제 사건에서 판단한 것

실무에서 답이 갈리는 자리는 대체로 아래 두 층이에요. 법률만 읽고 "이렇게 하면 되겠네" 했다가 어긋나는 경우가 많아요.

그리고 층끼리 부딪히기도 해요. 해석과 판례가 다를 수도 있어요. 그래서 "확실한가?" 라는 질문이 실무에서 진짜 의미를 가져요.

바꿀 수 있는 규칙과 없는 규칙

종류
강행규정당사자끼리 합의해도 못 바꿈근로기준법의 최소 기준, 세금
임의규정계약으로 다르게 정할 수 있음대금 지급 조건 같은 것

이 구분이 왜 중요하냐면요. 계약서에 썼다고 다 유효한 게 아니에요. "퇴직금은 없는 것으로 한다" 고 써도 그 조항은 효력이 없을 수 있어요. 세금은 당사자끼리 "안 내기로 하자" 고 합의할 수 없고요.

계약은 강행규정 위에서만 자유로워요.

예외를 먼저 물어보세요

초보자는 "A 면 B" 를 배워요. 실무에서 부딪히는 건 거의 항상 경계선이에요.

  • 비용으로 인정된다 → 어떤 경우에 부인되나?
  • 계약하면 의무가 생긴다 → 어떤 경우에 무효가 되나?
  • 이 방식이 가능하다 → 금액이나 규모가 커지면 달라지나?

한도, 요건, 특례 라는 세 단어가 나오면 경계선 근처예요. 그 근처가 실무에서 사고가 나는 자리예요.


10. 책임 — 잘못되면 누가 지나

모든 판단에는 틀릴 가능성이 있어요. 그래서 마지막 문법은 "틀렸을 때 어떻게 되나" 예요.

잘못의 무게가 달라요

같은 실수라도 이렇게 나뉘어요.

상태대체로
몰랐고 조심했다어쩔 수 없었던 경우책임이 가벼워지거나 면제
조심하지 않았다 (과실)살폈으면 알 수 있었는데책임 있음
알면서 했다 (고의)의도적훨씬 무거움. 형사 문제까지

세금에서도 비슷해요. 단순히 늦은 것과 숨긴 것은 가산세율이 다르고, 나중에 다시 손댈 수 있는 기간도 달라져요. 숨기는 순간 무게가 확 올라간다 는 게 이 영역의 일관된 태도예요.

누가 지나

  • 회사가 진다 — 원칙. 법인이 당사자니까요.
  • 개인도 같이 진다 — 대표이사나 담당 임원이 함께 책임지는 경우가 있어요. 특히 절차를 지키지 않았거나 개인이 이득을 봤을 때.
  • 여러 명이 함께 진다 (연대) — 한 명에게 전부 청구할 수 있는 구조. 보증이 대표적이에요.
  • 1장의 유한책임이 깨지는 경우 — 회사와 개인 돈을 구분 없이 쓰거나, 형식만 회사인 경우엔 개인에게 책임이 갈 수 있어요.

그래서 실무가 이렇게 생겼어요

기업의 관리 부서가 왜 그렇게 서류와 절차를 요구하는지, 이제 이어져요.

절차를 밟고 기록을 남기는 건 "조심했다" 를 증명하기 위한 것 이에요.

이사회 결의를 남기고, 검토 의견을 받아두고, 근거를 붙이는 것 — 결과가 나빠도 과정이 정당했다 는 걸 보여주면 책임의 무게가 달라져요. 8장의 증거 이야기가 여기서 만나요.

불확실성을 다루는 방법

기업 도메인에는 답이 하나로 안 떨어지는 문제 가 늘 있어요. 그럴 때 실무는 이렇게 해요.

  1. 판단 근거를 문서로 남긴다 — 왜 이렇게 봤는지.
  2. 보수적인 쪽을 택한다 — 애매하면 유리한 쪽 말고 안전한 쪽.
  3. 미리 물어본다 — 사전 질의, 자문, 의견서.
  4. 선을 정해둔다 — 이 금액·이 유형 이상은 반드시 전문가 검토.

"모르면 넘긴다" 가 아마추어가 아니라 프로의 태도예요. 어디까지가 내가 판단할 자리인지 아는 게 실력이에요.


11. 열 개를 한 사건에 통과시켜보기

문법을 다 봤으니 한 사건으로 굴려볼게요.

회사가 프리랜서 개발자에게 개발을 맡기고 500만 원을 지급했다.

문법이 사건에서 묻게 되는 것
1. 주체상대가 개인인가 개인사업자인가 법인인가. 우리 쪽은 누가 결정했나
2. 관계진짜 도급인가, 실질이 고용에 가깝진 않나 (출퇴근·지시 정도)
3. 사건계약은 언제 성립했나. 납품은 끝났나
4. 권리·의무우리는 결과물에 대해 무슨 권리를 갖나 (저작권은 누구 것?)
5. 분류사업소득인가 기타소득인가. 회계로는 비용인가 자산인가
6. 시간어느 사업연도에 잡히나. 원천징수 신고 기한은
7. 돈원천징수하면 실제 지급액이 달라짐. 부가세는 어떻게 되나
8. 기록계약서, 산출물 인수 기록, 세금계산서 또는 원천징수 자료
9. 규칙과 예외금액이나 기간이 커지면 달라지는 게 있나
10. 책임결과물에 하자가 있으면 누가 지나. 분류를 잘못하면 어떤 부담이 오나

세부 답은 다 몰라도 괜찮아요. 중요한 건 이거예요. 열 줄의 질문이 나왔다는 것.

이 열 줄을 들고 세무 담당자에게 가면 대화의 질이 완전히 달라져요. "이거 어떻게 처리해요?" 가 아니라 "이건 사업소득으로 보면 될까요, 아니면 실질이 문제될 여지가 있을까요?" 가 되니까요.

그리고 4번 — 저작권은 누구 것이냐 — 는 개발 외주에서 실제로 자주 빠뜨리는 자리예요. 계약서에 안 적어두면 나중에 곤란해질 수 있어요. 문법이 있으면 이런 게 빠졌을 때 빈칸이 눈에 보여요.


12. 이 위에 세무를 얹으면

이제 세무 책을 편다고 해봐요. 전과 뭐가 다르냐면요.

세무 책에 나오는 말이 문서에서 이미 본 것
납세의무자1장 주체
특수관계인 거래2장 관계
과세 대상, 소득 구분5장 분류
귀속시기6장 시간
익금과 손금7장 수익과 비용
증빙 불비 가산세8장 기록
한도, 특례9장 규칙과 예외
가산세, 부당과소신고10장 책임

단어만 새로워요. 묻는 구조는 이미 아는 거예요.

법무 책도 마찬가지고, 개인정보나 노무도 놀랍도록 비슷하게 얹혀요. 개인정보는 5장(어떤 정보로 분류되나) · 6장(얼마나 보관하나) · 8장(무슨 근거로 처리했다고 보여줄 수 있나) · 10장(샜을 때 누가 지나) 위에 거의 그대로 올라가요.

그래서 두 번째 도메인부터 눈에 띄게 빨라져요. 매번 새 세계를 배우는 게 아니라, 아는 세계에 규칙 한 겹을 얹는 일이 되니까요.


마치며 — 단어를 먼저 외우지 않아도 돼요

정리하면 열 개예요.

① 누가 ② 누구와 어떤 사이로 ③ 무슨 일이 벌어져서 ④ 무슨 권리·의무가 생기고 ⑤ 그게 뭐로 분류되며 ⑥ 언제로 잡히고 ⑦ 돈은 어떻게 움직이고 ⑧ 뭘 남겼고 ⑨ 어떤 규칙과 예외가 걸리고 ⑩ 틀리면 누가 책임지나.

이 열 개는 세율이 바뀌어도, 법이 개정돼도, 회계 기준이 손봐져도 남아요. 바뀌는 건 각 칸에 들어가는 내용이지 칸 자체가 아니에요.

그리고 이걸 알고 있으면 모르는 분야에서도 질문을 만들 수 있어요. 답을 아는 것보다 이게 먼저예요. 답은 검색하거나 물어보면 나오는데, 뭘 물어봐야 할지는 아무도 안 알려주거든요.

어떤 분야를 안다는 건 답을 많이 가진 상태가 아니라, 처음 보는 일 앞에서 빠진 칸이 눈에 보이는 상태 예요.


잠깐, 진짜로? — 이 열 개는 법전이나 회계 기준에 있는 분류가 아니에요. 여러 기업 도메인에서 반복되는 구조를 정리한 거예요. 본인 분야에서 칸이 더 필요하면 늘려 쓰세요. 그리고 각 장의 설명은 개념을 잡기 위한 수준 이라 실제 사건에는 예외가 붙어요. 이 문서로 판단하지 말고, 이 문서로 질문을 만들어서 담당자와 최신 자료로 확인하세요.


🎯 다시 떠올려보기

Q1. (회상) 이 문서를 덮고, 열 개 문법을 안 보고 적어보세요. 몇 개까지 나오나요? 안 나온 칸이 아직 안 박힌 자리예요.

Q2. (적용) 본인 회사에서 최근에 있었던 일 하나를 고르세요 (채용, 계약, 구매, 외주 뭐든). 11장처럼 열 개 문법을 통과시켜보세요. 답이 안 나오는 칸이 지금 본인이 모르는 자리예요.

Q3. (자기 검증) "회사 돈과 대표이사 개인 돈은 다르다" 를 1장 보지 않고 설명해보세요. 왜 그런지, 안 지키면 뭐가 문제인지까지. 막히면 1장으로.

Q4. (구조 이해) 발생주의 때문에 이익이 나는데도 회사가 망할 수 있는 이유를 한 단락으로 적어보세요 (6장 + 7장).

Q5. (경계) 본인 분야나 회사에서 "이거 하다 사고 났던 적 있어요?" 를 한 사람에게 물어보세요. 그 사고가 열 개 중 몇 번 칸에서 터졌는지 짚어보세요. 대체로 5·6·8번에서 많이 터져요.

Q6. (반례) 이 문서는 "이름표보다 실제 모습" 이라고 두 번 말해요 (2장, 5장). 그런데 형식이 실질보다 우선하는 자리 도 있을까요? (예: 서면이 반드시 필요한 계약, 등기해야 효력이 생기는 것.) 하나 찾아보세요.

Q7. (메타) 본인이 지금 가장 약한 칸은 몇 번인가요? 그 칸 하나만 이번 달에 파본다면 무엇부터 읽거나 누구에게 물어보시겠어요?

열 개를 다 외우지 않아도 돼요. 다음에 새로운 일이 왔을 때 "이거 몇 번 이야기지?" 가 한 번이라도 떠오르면 그때부터 이 문서는 일을 시작한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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