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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판적 사고란 무엇인가

시리즈에 비판적 사고 글이 이미 네 편 있는데, 왜 또 정의하는 글인가요? 매일의 습관(easy), 도구의 기계(deep), 말의 출구(speaking), 사례 모음(examples) — 이걸 다 떠받치는 한 줄짜리 정의가 빠져 있었어요. 이 글은 그 한 줄을 위한 글이에요. 충분히 어려워도 괜찮아요. 영향력이 큰 자리일수록 이 한 줄의 정확도가 본인 일의 정확도예요.


0. 이 글에 대해

기존 네 글은 입문/실천/모델 위주예요. 잠깐 멈추는 습관, 13개 함정, 보정된 자신감, 60개 사례. 다 매일 쓸 도구.

이 글은 도구가 아니라 연장통 자체에 대한 글이에요. "이 도구들이 왜 한 무리인지, 정확히 무엇을 하는 활동인지." 평소엔 안 떠올려도 되지만, 한 번 정리해두면 도구를 더 정확히 쥐게 돼요.

그래서 누가 봐야 하나? 본인의 결정이 다른 사람 결정의 입력이 되는 자리에 있는 사람. 스태프/프린시플 엔지니어, 테크 리드, 또는 그쪽으로 가려는 사람. 영향력이 작을 땐 비판적 사고가 "더 잘 살게 해주는 것" 이지만, 영향력이 커지면 그 자체가 일의 정확도가 돼요. 이 글은 그 자리를 가정하고 어휘를 한 단 높여요.


1. 먼저 — 비판적 사고가 아닌 것들

정의를 거꾸로 시작해요. 비판적 사고로 자주 오해되는 것들부터 떼어내면, 남는 게 진짜 핵심이에요.

① 의심하는 습관 ≠ 비판적 사고

"비판"이라는 단어 때문에 가장 흔한 오해. 모든 걸 의심만 하는 사람을 비판적 사고가 깊다고 부르지 않아요. 그냥 의심 많은 사람이에요. 의심은 도구일 뿐, 도구 자주 쓴다고 좋은 목수가 아니에요.

진짜 비판적 사고는 의심 후에 무엇을 하느냐로 갈려요. 의심한 결과 자기 신념이 0.6 → 0.55로 정확히 움직이면 비판적 사고, 0.6 → 0 으로 점프하면 그냥 회의주의예요.

② 논리학 ≠ 비판적 사고

대학교 논리학 강의를 들어도 비판적 사고가 자동으로 늘진 않아요. 형식 논리가 잘 작동하는 자리는 수학과 일부 추상 영역뿐. 우리 일은 거의 다 귀납 영역이에요 (critical-thinking-deep.md § 1 참고). "지난 10번 다 그랬으니 이번에도 그럴 것" 같은 추론. 여기엔 형식의 정합성보다 표본의 질, 외부 변수, 기저율이 결정적이에요.

논리학은 비판적 사고의 일부 도구. 전체는 더 크고 더 더러워요.

③ 편향 목록 외우기 ≠ 비판적 사고

확증 편향, 후광 효과, 닻 효과 — 이름을 다 외워도 사고가 깊어지지 않아요. 오히려 자기가 함정 이름을 잘 안다는 사실이 새 함정이 돼요. "나는 편향을 알아서 안 빠져" 가 가장 빠지기 좋은 편향이에요 (bias blind spot).

편향 지식은 본인 신념을 흔드는 데 써야 효력이 있어요. 남의 신념을 분류하는 데만 쓰면 그냥 라벨 게임.

④ 영리함 / 논쟁 잘하기 ≠ 비판적 사고

빠르게 반박하고, 허점을 잘 찌르고, 토론에서 이기는 사람은 "비판적"으로 보여요. 근데 그 사람의 자기 자신 신념도 같은 칼로 자르는지 보세요. 안 자르면 그건 비판적 사고가 아니라 선택적 비판이에요. 무기를 한쪽으로만 쓰는 거.

체크: 최근 본인이 강하게 반박했던 의견 옆에, 본인이 강하게 지지한 의견을 떠올려보세요. 두 의견에 같은 강도의 의심이 들어갔나요? 거의 안 그래요. 비판적 사고는 그 비대칭을 줄이는 일이에요.

⑤ 부정적이기 / 까기 ≠ 비판적 사고

"이거 좋다" 가 안 보이게 단점만 짚는 건 비판적 사고가 아니에요. 단점도 장점도 같은 정확도로 측정하는 게 비판적 사고. 부정 쪽으로만 정확도가 높은 건 한쪽 눈만 보이는 거예요.


2. 그렇다면 — 한 문장 정의

다섯 가지를 뺀 자리에 남는 건 이거예요.

비판적 사고 = 자기 신념의 강도를, 그 신념을 받치는 증거의 무게에 정확히 일치시키는 활동.

말이 어려워 보이지만 풀면 단순해요. "내가 이걸 80% 확신한다" 라고 머릿속에서 말할 때, 진짜 그 신념을 받치는 증거가 80%만큼 강한지 보는 일. 60%짜리 증거 위에 80% 확신을 얹지 않고, 90%짜리 증거 위에 50% 확신만 얹지도 않는 일.

다른 말로: 보정 (calibration).

영리한 사람은 답을 빨리 찾아요. 비판적 사고를 잘하는 사람은 자기가 그 답을 얼마나 확신해야 하는지를 정확히 알아요. 둘은 다른 능력이에요.

왜 이 정의가 다른 정의보다 좋은가

비판적 사고를 "잘 생각하기" 라고 정의하면 동어반복이에요. "이성적으로 판단하기" 라고 해도 동어반복.

"증거의 무게에 신념의 강도를 맞추기" 라고 정의하면 두 가지가 좋아요.

  1. 측정 가능해요. 본인이 "80% 확신" 이라고 한 일들 중 진짜 80% 정도가 맞는지 시간을 두고 보면 본인 보정이 측정돼요 (critical-thinking-speaking.md § 1).
  2. 실패의 정의가 명확해져요. 비판적 사고의 실패 = 보정 오차. 부풀려진 확신, 또는 위축된 확신. 둘 다 오차예요. 확신 부족도 비판적 사고의 실패예요 — 한쪽만 실패라고 생각하는 게 흔한 오해.

3. 비판적 사고의 세 층

한 문장 정의를 손에 잡히게 풀면 세 층으로 갈라져요. 대부분 1층에서 멈춰요. 진짜 어려운 건 3층.

1층 — 입력의 무게 재기

들어오는 정보 하나하나에 무게를 매기는 일.

  • 누가 한 말인가? (출처)
  • 어떻게 알았다는 건가? (증거의 종류)
  • 표본·사례는 얼마나 큰가? (대표성)
  • 이 사람이 이 말로 이득을 보는가? (이해관계)

이걸 다 했으면 1층 비판적 사고. 시리즈의 easy/deep 절반이 1층에 대한 거예요.

2층 — 추론의 강도 재기

증거에서 결론으로 가는 다리가 얼마나 튼튼한지 보는 일.

  • 이 증거에서 그 결론이 얼마만큼 따라 나오는가?
  • 100%인가, 70%인가, 30%인가? (연역 vs 귀납)
  • 빠진 가정은 무엇인가?
  • 같은 증거에서 다른 결론도 따라 나올 수 있는가?

여기가 사람들이 가장 자주 점프하는 자리. "데이터가 X를 보여준다" 가 사실은 "데이터를 이렇게 해석하면 X로 읽을 수 있다" 인 경우가 대부분.

3층 — 자기 결론의 무게 재기

1층과 2층을 본인 결론에도 똑같이 적용하는 일. 이게 진짜로 어려워요.

  • 내가 이 결론에 도달한 과정이 1층/2층 기준을 통과하는가?
  • 처음 가졌던 가설을 더 강하게 만드는 증거만 본 건 아닌가?
  • 내가 틀렸다면 어떤 일이 보여야 하는가? (반증 가능성)
  • 그 "어떤 일" 이 보일 가능성을 진짜로 열어두고 있는가?

대부분의 사람은 1층·2층을 남에게 쓰고, 자기에겐 안 써요. 자기 의견은 자기가 만들었으니 검증된 거라고 느끼니까. 근데 자기 의견이야말로 검증이 가장 적게 들어간 의견이에요 — 검증이라는 게 보통 외부에서 와요.

3층까지 가는 사람의 특징: 자기 의견을 바꾸는 데 부끄러움이 없어요. 부끄러움이 없는 이유는 자기 의견을 자기 정체성과 분리해놨기 때문 (03-metacognition.md 의 영역).

잠깐, 진짜로 — 3층이 항상 좋은 건 아니에요

3층 자가 검증이 과잉 이면 결정이 멈춰요. 끝없이 자기를 의심하다 행동을 못 하는 사람. 비판적 사고는 결정을 대체 하는 게 아니라 결정의 입력 이에요. 충분히 검증했으면 결정으로 넘겨야 해요 — 이게 다음 § 6의 주제.


4. 왜 스태프 레벨에서 특히 어려워지나

여기서부터가 이 글이 SWE 전반이 아니라 스태프 엔지니어 를 대상으로 쓰는 이유예요. 비판적 사고의 비용이 영향력에 비례해서 커지거든요.

① 오류의 비용 증폭

5년차 시절엔 의견을 부풀려 말해도 보통 누가 검증해줘요. 스태프가 되면 본인이 마지막 검증자예요. 본인이 80% 라고 말하면 팀은 그걸 80%로 받아요. 사실 그게 50% 였으면, 30% 오차가 그대로 의사결정의 오차로 흘러가요.

같은 보정 오차도 영향력에 비례해서 비용이 커져요. 이게 시니어보다 스태프에게 비판적 사고가 더 중요한 이유예요. 같은 실력이라도 자리가 만든 가중치가 달라요.

② 정보 비대칭의 역전

주니어 때는 본인이 정보를 받는 쪽. 스태프가 되면 본인이 정보의 출처가 돼요. 본인이 한 추측이 옆 자리에 가면 "스태프가 그렇대" 로 단단해져요. 본인이 들고 다닌 50% 확신이 사람들 입을 거치며 90% 확신으로 자라요.

대응: 본인 확신을 의식적으로 라벨링. "내 추측인데" "확실치 않은데" 같은 말이 자존심 깎는 게 아니라 시스템에 정확한 신호를 흘리는 일이에요 (critical-thinking-speaking.md § 1).

③ 모호함의 농도가 높아짐

쉬운 결정은 아래에서 다 해요. 스태프 자리에 올라오는 결정은 양쪽 다 그럴듯한 결정들. 60:40, 55:45 같은 회색. 흑백이었으면 누가 위에 들고 안 와요.

회색 안에서 비판적 사고가 어려운 이유는, 본인이 정확히 측정해도 차이가 작아서 보이지 않는다는 점. 1%, 2% 의 우위로 결정하는데, 본인 보정 오차가 5% 면 결정의 방향 자체가 뒤집혀요.

④ 시간 압박 + 깊이의 충돌

깊이 생각하면 늦고, 빨리 결정하면 얕아요. 스태프는 둘 사이에서 매일 줄타기. 어떤 결정에 깊이를 투입할지 자체가 메타 결정이 돼요 (02-decision-making.md 의 양방향/일방향 문 — 일방향 문엔 깊이 투자, 양방향엔 속도 투자).

여기서 비판적 사고가 들어가는 자리: 이 결정이 정말 일방향인지부터 비판적으로 보기. 일방향처럼 보이지만 사실 양방향인 결정이 많아요. 그 반대도 많고. 분류가 틀리면 자원 배분이 통째로 틀려요.

⑤ 본인 의견이 권위가 됨

가장 미묘한 함정. 스태프가 회의에서 의견을 던지면 그 자리에서 토론이 줄어요. 사람들이 동의 표시로 가요. 본인 의견이 잘 검증된 게 아니라 검증의 절차가 멈춘 거예요.

대응: 본인 의견을 마지막에 말하기. 또는 의견 앞에 "이건 검증 안 된 추측이니까 반대 의견 환영" 같은 명시적 신호. 본인 의견의 무게를 본인이 의식적으로 내려놓는 일이에요. 자존심 문제라 진짜 어려움.


5. 시리즈의 모든 도구는 결국 세 가지 측정

여기서부터는 시리즈 다른 글들과 이 정의가 어떻게 연결되는지 보는 자리예요.

시리즈 7개 주제, 그 안의 수십 개 도구 — 결국 세 가지 측정을 위한 도구예요.

측정 ① 증거의 무게

도구사는 곳
출처 평가 (일차/이차, 이해관계)deep § 11
기저율deep § 5
표본의 대표성 / 생존자 편향deep § 4, § 6
가용성 함정 — 강렬함과 빈도 분리deep § 7
사실/의견/추측 라벨링easy § 4, speaking § 2

→ 들어오는 정보의 무게를 정확히 매기기 위한 도구들.

측정 ② 추론의 강도

도구사는 곳
전제/결론 분해, 타당성/건전성deep § 1
13가지 함정deep § 2
상관 ≠ 인과 (네 가지 가능성)deep § 3
닻 효과 — 첫 숫자의 끌어당김deep § 8
숨은 가정 드러내기speaking § 3

→ 증거에서 결론까지의 거리를 정확히 재기 위한 도구들.

측정 ③ 자기 신념의 강도

도구사는 곳
보정된 자신감speaking § 1
베이지안 업데이트 — 작은 증거에 작게 움직이기deep § 9
Steel-manning — 반대 의견 가장 강하게 만들기easy § 6, deep § 10
반증 가능성 — 틀렸다면 무엇이 보여야 하나easy § 3, speaking § 4
지적 겸손, 자기 자존심 분리easy § 8, 메타인지 글

→ 본인 결론의 무게도 같은 칼로 재기 위한 도구들. 가장 어려운 측정.

세 측정이 동시에 작동해야 진짜 비판적 사고예요. 하나만 잘하면 부분적 비판적 사고. 흔한 결손 패턴:

  • ① 잘하고 ②③ 못함 → 회의주의자. 정보는 잘 거르는데 자기 결론은 검증 안 함.
  • ② 잘하고 ①③ 못함 → 논쟁가. 형식 잘 잡는데 표본·자기 검증 약함.
  • ③ 잘하고 ①② 못함 → 우유부단. 자기 의심은 잘하는데 들어오는 정보 평가가 안 됨.

셋 다 갖춰야 균형. 시리즈가 7개 글로 분산된 이유도 이 세 측정을 다 떠받치기 위해서예요.


6. 비판적 사고와 의사결정 — 분리해두기

스태프 자리에서 가장 큰 혼란 중 하나는 비판적 사고와 의사결정을 분리하지 못하는 거예요.

  • 비판적 사고: "내가 지금 얼마나 확신해야 하는가?"
  • 의사결정: "이 확신 위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

둘이 분리돼야 둘 다 작동해요.

분리 안 되면 두 가지 망함

망함 ①: 비판적 사고가 의사결정에 잡아먹힘. "60% 확신이니까 결정 못해." → 50:50 이라도 결정해야 할 때가 있어요. 결정은 확신이 충분해서 하는 게 아니라, 확신이 충분히 정확해진 다음 하는 거예요. 60% 면 60% 위에서 결정하면 돼요. 100% 가 와야 결정하는 사람은 평생 결정 못 함.

망함 ②: 의사결정이 비판적 사고를 부풀림. "결정해야 하니까 90% 확신이라고 말하자." → 정치적 인센티브가 보정을 망가뜨림. 자기 확신을 부풀려 말한 결정은 나중에 더 큰 비용으로 돌아옴.

분리하는 법

ADR(Architecture Decision Record) / 결정 일지에 두 줄을 따로 쓰기.

신념의 강도:  주된 가정 X는 60% 확신, Y는 80% 확신.
              근거: [증거 / 표본 / 추론]
              뒤집힐 조건: [이런 신호가 보이면 다시 본다]

결정:         그래서 우리는 A를 한다.
              60% 확신 위에서 결정한 거라, B를 동시에 정찰.
              Y를 흔드는 신호 들어오면 6주 안에 재검토.

첫 줄이 비판적 사고. 두 번째 줄이 의사결정. 분리해놓으면 6개월 후 회고할 때 어디서 틀렸는지 보여요. "결정이 틀렸나, 보정이 틀렸나, 보정은 맞았는데 운이 나빴나?"

이게 의사결정 글의 "결과로 결정 평가하지 말기" 가 작동하는 원리. 결과는 운이 섞여 와요. 보정과 결정을 분리해놨으면, 결과에 흔들리지 않고 각각 평가할 수 있어요.


7. 스태프가 자주 빠지는 다섯 함정

위 정의 위에서, 스태프 레벨에서 가장 자주 보는 함정들. 본인을 한 번씩 비춰보세요.

① 가짜 정밀의 함정

"전환율 14.7% 입니다" 같은 수치에 매료. 0.7 이 진짜 의미 있는 자리인지부터 보지 않고 그 숫자 위에서 결정. 비판적 사고는 숫자의 유효 자릿수 를 의식하는 일이기도 해요. 표본이 100명이면 14% 와 15% 의 차이는 노이즈일 가능성이 큼.

연습: 어떤 결정에 쓰는 숫자의 신뢰구간을 머릿속에 같이 들고 다니기. "14.7% ± 3%" 와 "14.7%" 는 의사결정이 달라야 함.

② 권위의 함정 (양방향)

본인이 받는 쪽: 시니어·매니저·유명 인물이 한 말을 검증 없이 받기. 본인이 주는 쪽: 본인 의견이 회의에서 토론을 멈추게 하는 자리.

연습: 받는 쪽은 출처 무게를 한 번 더 점검. 주는 쪽은 의견을 던질 때 "이건 검증 안 됐어, 반대 의견 환영" 같은 메타 신호를 같이 흘리기. 본인 의견의 무게를 의식적으로 내려놓는 연습.

③ 빠른 결정의 함정

양방향 문 (되돌릴 수 있는 결정) 은 빨리 결정해도 돼요. 근데 양방향처럼 보이는 일방향 문이 의외로 많아요.

"Feature flag 뒤니까 양방향이지" — 근데 그 flag 뒤에서 사용자 데이터 구조가 바뀌면, 끄는 순간 호환성 문제. 실제론 일방향.

연습: 양방향이라고 판단한 결정에 "되돌리는 비용은 얼마인가" 한 번 더 묻기. 비용이 작아야 진짜 양방향.

④ 영리함의 함정

반박 잘하는 게 비판적 사고라고 착각. 회의에서 모든 안의 허점을 짚는데 정작 본인 안은 안 내거나, 내는 안에 똑같은 검증을 안 함. 무기를 한쪽으로만 쓰는 비대칭.

연습: 본인이 반박한 안 옆에 본인이 지지한 안을 적어보고, 같은 강도로 흔들어보기. 흔들리면 본인 안도 약했던 것. 안 흔들리면 그제야 본인이 그 안에 대한 권리를 얻은 거예요.

⑤ 회색 회피의 함정

50:50 의 자리에서 흑백으로 점프하는 함정. 회색에 머무는 게 불편하니까 "그냥 A로 정하자" 라고 점프. 점프 자체는 의사결정이라 괜찮은데, 점프하기 전에 보정 정확도가 50:50 이었다는 걸 본인이 기억해야 해요.

대부분은 점프하면서 보정도 같이 점프해요. "사실 A 가 더 좋았어" 라고 사후에 합리화. 이게 시간 지나면 본인 보정 능력이 통째로 망가지는 자리.

연습: 50:50 에서 A 로 점프했으면 결정 일지에 "이건 50:50 에서의 결정이었음" 명시. 6개월 후 결과 보고 보정 평가.


8. 매일 어떻게 단련하나

여기까지 읽었으면 길고 어렵다고 느낄 거예요. 매일 작동하게 만드는 단련은 의외로 단순. 다섯 가지면 충분해요.

단련 ① 확신 라벨링

말하기 전에 0.5초 멈춰서 "지금 내가 몇 % 확신인가" 묻기. 입에 라벨을 붙여서 나가게 하기 (speaking § 1 의 표).

처음엔 부담스러워요. 2~3주만 의식하면 자동화돼요. 자동화되면 본인 보정이 한 단계 올라요.

단련 ② 결정 일지 / ADR

큰 결정마다 § 6 형식으로 두 줄 (신념의 강도 + 결정) 따로 기록. 매번 안 해도 돼요. 2~3주에 한 번, 가장 큰 결정 하나만. 6개월 후 다시 읽으면 본인 보정의 패턴이 보임.

단련 ③ 반증 형식으로 말하기

본인 주장을 할 때 끝에 "이게 틀렸다면 X 가 보일 거예요" 같은 한 문장 붙이기. 자기 자신한테도 같은 형식 적용. 이게 안 되면 그 주장은 사실 주장이 아니라 표어예요.

단련 ④ Steel-manning 을 자기 의견에 적용

평소엔 반대 의견을 steel-man 함. 가끔은 본인 의견의 가장 강한 반론을 자기 입으로 만들어보기. 이게 안 만들어지면 본인이 그 주제에 대해 자신감을 가질 자격이 없어요.

단련 ⑤ 가르치기

본인이 안다고 생각하는 걸 누군가에게 설명. 설명하는 동안 어디가 흐릿한지 본인 머리가 알려줘요. 흐릿한 자리가 본인이 사실 모르는 자리.

스태프 자리는 멘토링·리뷰가 일상이라 이 단련이 자연스럽게 일어나요. 단, 가르치는 동안 "내가 모르는 자리를 알아챈다"는 의식이 같이 있어야 해요. 가르치기를 자기 권위 강화로 쓰면 효과가 반대로 가요.


9. 마치며 — 한 줄 정의로 돌아가기

긴 글이었어요. 다시 한 줄로 돌아가요.

비판적 사고 = 자기 신념의 강도를, 그 신념을 받치는 증거의 무게에 정확히 일치시키는 일.

이 한 줄이 시리즈 모든 글의 받침대예요. easy 의 "잠깐 멈추기", deep 의 13 함정, speaking 의 라벨링, examples 의 60 사례 — 다 이 한 줄을 위해 다른 각도에서 가르치는 거예요.

스태프 자리에선 이 한 줄의 정확도가 그대로 본인 일의 정확도. 본인 보정 오차가 5% 면, 본인이 영향을 미치는 모든 결정에 5% 오차가 흘러요. 본인 사고력이 시스템의 입력이 된 자리에서는, 사고력 자체가 인프라예요.

세 가지를 챙기고 가세요.

  1. 비판적 사고는 의심하기가 아니에요. 보정이에요. 확신 부풀리기도 비판적 사고 실패, 확신 위축도 실패. 둘 다.
  2. 세 측정이 동시에 작동해야 해요. 증거의 무게, 추론의 강도, 자기 신념의 강도. 셋 중 하나만 잘하면 부분.
  3. 비판적 사고와 의사결정은 분리해서 들고 다니세요. 비판적 사고는 "얼마나 확신해야 하나", 의사결정은 "이 확신 위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 섞이면 둘 다 망가져요.

위대한 엔지니어는 답을 빨리 찾는 사람이 아니라, 자기 답을 얼마나 확신해야 하는지 정확히 아는 사람이에요. 영향력이 클수록 후자가 거의 모든 것이 돼요.


🎯 다시 떠올려보기

책 덮고 답해보세요. 막히는 자리가 다시 읽을 자리. 답은 본문에 있어요.

Q1. (정의) 본인 말로 "비판적 사고가 아닌 것" 다섯 가지를 떠올려보세요 (§ 1). 그중 본인이 비판적 사고라고 착각하고 있었던 것이 있나요? 어느 거예요?

Q2. (정의 → 적용) 본인의 한 줄 정의를 종이에 적어보세요. § 2 의 정의와 비교해보고 차이를 적어보세요. 어느 쪽이 본인 일에 더 잘 작동할 것 같아요?

Q3. (자기 검증) 세 층 (§ 3) 중 본인이 가장 약한 자리는 어디예요? 1층 (들어오는 정보), 2층 (추론), 3층 (자기 결론) 중 하나. 최근 한 달 동안 그 자리에서 본인이 무비판적으로 통과시킨 것 하나를 떠올려보세요.

Q4. (분리) § 6 의 두 줄 형식 ("신념의 강도 / 결정") 으로, 본인이 지난 한 달 동안 내린 가장 큰 결정 하나를 사후에 적어보세요. 두 줄이 깔끔하게 나뉘어요? 섞여요? 섞인 자리가 본인 보정이 흔들리는 자리.

Q5. (자기 검증) § 7 의 다섯 함정 중 본인이 가장 자주 빠지는 함정은? 가짜 정밀 / 권위 / 빠른 결정 / 영리함 / 회색 회피 중 하나 골라보고, 최근 그 함정의 사례를 본인 일에서 한 개 떠올려보세요.

Q6. (보정 측정) 본인이 지난 한 달 동안 "확실해" / "거의 확실해" / "그럴 거야" 라고 말한 일들 중 진짜로 그렇게 됐는지 확인할 수 있는 일 하나를 떠올려보세요. 본인의 확신 표현이 결과와 얼마나 맞았어요? 안 맞았다면 어느 방향으로 어긋났어요 (부풀려져, 위축돼)?

Q7. (메타 — 이 글에도 비판적으로) 이 글이 권하는 정의 — "비판적 사고 = 보정" — 이 잘 안 들어맞는 자리가 있을까요? 예를 들어 행동이 우선인 자리, 보정할 시간이 없는 위급 자리. 본인 일에서 그런 자리 하나를 떠올려보고, 거기선 비판적 사고를 어떻게 변형해야 할지 적어보세요.

한 달 뒤 다시 풀어보세요. 답이 달라지면 본인이 자란 흔적. 똑같으면 그동안 단련 안 한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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