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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결정이 좋은 결과를 만든다
결과가 나쁘다고 결정이 나쁜 건 아니에요. 결정의 질과 결과의 질은 다른 거예요. 그래서 결과가 아닌 결정의 과정을 봐야 해요.
0. 포커 선수의 논리
Annie Duke는 포커 세계 챔피언이에요. 그리고 의사결정 연구자예요.
그는 포커에서 배운 핵심 통찰 하나를 의사결정 전반에 적용해요.
포커에서는 올바른 결정을 해도 질 수 있어요. 80%로 유리한 패를 들고 베팅했는데 20%로 이길 상대가 이기는 경우예요. 반대로 나쁜 결정을 해도 이길 수 있어요.
결과만 보면 배울 수 없어요. 이겼을 때 "내 결정이 옳았어"라고 배우고, 졌을 때 "내 결정이 틀렸어"라고 배우면 — 사실은 운을 보고 있는 거예요.
배워야 할 건 결정의 질이에요. 그 결정을 할 당시에 가진 정보로, 그 결정이 얼마나 좋았는가.
1. 결과 편향이 생기는 이유
결과로 결정을 평가하는 게 왜 자연스럽냐면, 결과는 명확하게 보이고 결정의 질은 흐리기 때문이에요.
프로젝트가 성공했어요. 자연스럽게 "그때 그 결정이 맞았다"고 읽어요. 그런데 시장 상황이 좋았거나, 경쟁사가 실수를 했거나, 타이밍이 운 좋게 맞았을 수도 있어요.
반대로 프로젝트가 실패했어요. "그때 그 결정이 틀렸다"고 읽어요. 그런데 모든 조건이 같았어도 실패할 수 있는 상황이었을 수 있어요. 결정은 옳았는데 운이 나빴을 수 있어요.
사후에 결과를 보고 결정을 평가하면, 같은 상황에서 또 같은 실수를 해요. 운이 좋았던 나쁜 결정은 좋은 결정이라고 착각하고, 운이 나빴던 좋은 결정은 나쁜 결정이라고 착각하거든요.
2. 결정의 질을 따로 보는 법
결정의 질을 결과와 분리해서 보려면 기준이 필요해요.
그 기준은 결정을 할 당시의 정보와 과정 이에요.
- 가능한 정보를 충분히 모았는가?
- 대안을 충분히 검토했는가?
- 어떤 가정을 깔고 있는지 파악했는가?
- 틀렸을 때의 시나리오를 생각해봤는가?
이 과정이 탄탄했다면, 결과가 나빠도 그 결정의 질은 높았던 거예요. 이 과정이 엉성했다면, 결과가 좋아도 그 결정의 질은 낮았던 거예요.
좋은 조직은 이 구분을 해요. 결과가 나쁘게 나온 좋은 결정은 인정하고, 결과가 좋게 나온 나쁜 결정은 지적해요.
3. 한 팀의 사례
제품팀이 새 기능을 출시할지 말지 결정해야 했어요.
데이터를 모았어요. 사용자 인터뷰를 했어요. 경쟁사 분석도 했어요. 리스크도 검토했어요. 팀이 논의해서 "출시하자"는 결론을 냈어요.
출시 후 반응이 예상보다 나빴어요. 사용자들이 원하던 방식이 아니었어요.
그 팀은 이렇게 회고했어요. "결정은 잘 했어요. 당시 가진 정보로 최선을 다했어요. 다만 특정 사용자 세그먼트의 반응을 과대 추정했어요. 다음엔 그 부분을 더 좁게 테스트하고 출시하자."
결과가 나빴지만 결정을 부정하지 않았어요. 결과에서 다음 결정을 위한 정보를 뽑았어요.
4. 왜 이 구분이 중요한가
결과와 결정을 구분하지 않으면 두 가지 함정에 빠져요.
하나는 운 좋은 나쁜 결정을 반복하는 것이에요. 한 번 잘 됐다고 같은 방식을 계속 써요. 그게 운이었는지 실력이었는지 모른 채로요.
다른 하나는 좋은 결정 방식을 버리는 것이에요. 신중하게 정보를 모으고 결정했는데 결과가 나빴다고, 다음에는 그냥 직감으로 해버려요. 과정을 잘못 평가한 거예요.
둘 다 다음 결정을 나쁘게 만들어요. 그래서 결과와 결정을 분리해서 보는 훈련이 필요해요.
잠깐, 진짜로? — 결정의 질은 어떻게 알 수 있어요?
"결과가 아닌 과정으로 결정의 질을 평가하라" — 맞는 말이에요. 그런데 과정이 좋았는지는 누가 판단하나요? 대부분의 경우, 사후에 결과를 보고 나서야 "그때 어디가 부족했는지"가 보여요. 결과를 완전히 배제하고 과정만 보기는 생각보다 어려워요.
결과와 결정을 분리하라는 조언 자체는 옳지만, 그 분리를 실제로 하는 게 어렵다는 것도 사실이에요. 특히 혼자 평가할 때는요. 그래서 결정 당시에 이유와 가정을 기록해두는 것이 나중에 제대로 평가하는 데 큰 차이를 만들어요.
마치며
좋은 결정을 해도 나쁜 결과가 나올 수 있어요. 나쁜 결정을 해도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어요.
이 두 가지를 구분하지 않으면, 결과에서 잘못된 교훈을 배워요. 그게 다음 결정을 나쁘게 만들어요.
결과가 가르쳐주는 건 "무슨 일이 일어났냐"예요. 결정이 가르쳐주는 건 "왜 그 결정을 했냐"예요. 배워야 할 건 두 번째예요.
결과는 이미 지나간 것이고, 결정 방식은 다음에도 쓸 수 있는 것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