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 모드
도메인 기반 — 어떤 분야든 그 위에 얹히는 밑판
새 분야를 만날 때마다 0에서 시작하는 사람이 있고, 이미 8할이 차 있는 상태에서 시작하는 사람이 있어요. 차이는 머리가 아니라 밑판 이에요. 분야가 달라져도 안 바뀌는 층을 한 번 만들어두면, 다음 분야는 그 위에 규칙 한 겹을 얹는 일이 돼요. 이 문서가 그 밑판이에요. 열 칸으로 되어 있어요.
0. 왜 밑판이 필요한가
지식은 압축된 생각이에요
직각삼각형 문제를 푸는 두 사람이 있어요. 한 명은 a² + b² = c² 를 알아서 대입하고 끝내요. 다른 한 명은 공식을 몰라서 도형을 뜯어보고 관계를 찾아 결국 스스로 유도해요. 둘 다 풀었어요.
앞사람은 옛날 누군가가 한 긴 사고 과정을 한 줄로 건너뛴 거예요.
지식은 과거의 생각을 지금 다시 하지 않게 해주는 압축 파일이에요.
여기서 중요한 게 따라 나와요. 압축이 잘 된 지식일수록 더 넓게 풀려요. "이 경우엔 이렇게 하세요" 는 그 경우에만 풀려요. "무엇이 결과를 바꾸는가" 는 안 본 경우에도 풀려요.
그래서 세 층이 생겨요
| 층 | 예 | 수명 |
|---|---|---|
| 사실 | 이 세율은 몇 %, 이 API 이름은 뭐 | 짧음. 바뀌면 그대로 죽음 |
| 원리 | 캐시는 속도를 얻고 최신성을 잃는다 | 김. 기술이 바뀌어도 남음 |
| 밑판 | 무엇이 결과를 바꾸는지 묻는 구조 | 분야가 바뀌어도 남음 |
대부분의 공부는 첫 줄에서 일어나요. 그래서 분야를 옮기면 처음부터예요.
이 문서는 셋째 줄이에요. 세무를 배워도, 의료를 배워도, 물류를 배워도 계속 쓰이는 것만 모았어요.
어떻게 이 열 개가 나왔나
관찰 하나에서 출발해요.
전문 분야들은 서로 다른 세계가 아니라, 같은 현실에 서로 다른 격자를 댄 거예요.
세무 전문가와 의사와 물류 담당자는 완전히 다른 단어를 써요. 그런데 이들이 새 사건 앞에서 던지는 질문을 나란히 놓으면 놀랍도록 겹쳐요. 누가 했나, 어떤 사이인가, 뭐가 달라졌나, 이건 뭐로 분류되나, 언제로 잡히나, 뭐가 부족한가, 뭘 남겼나, 틀리면 누가 지나.
그 겹치는 부분만 뽑은 게 이 열 칸이에요.
1. 열 칸 한눈에
| # | 칸 | 이 칸이 답하는 질문 |
|---|---|---|
| 1 | 행위자 | 누가 하나. 어떤 자격으로 |
| 2 | 관계 | 행위자들이 어떤 사이인가 |
| 3 | 상태와 사건 | 무슨 일이 벌어지면 무엇이 달라지나 |
| 4 | 분류 | 이 분야는 현실을 어떤 기준으로 자르나 |
| 5 | 규칙 | 무엇이 강제되고, 그 규칙은 어디서 오나 |
| 6 | 경계 | 언제 그 규칙이 안 통하나 |
| 7 | 시간 | 시점·순서·기한이 결과를 어떻게 바꾸나 |
| 8 | 자원 | 무엇이 유한하고 어디로 흐르나 |
| 9 | 관측 | 어떻게 알 수 있나. 무엇이 증거인가 |
| 10 | 불확실성 | 틀리면 어떻게 되고 누가 지나 |
앞 칸이 뒤 칸의 재료예요. 행위자가 안 정해지면 관계를 못 그리고, 분류가 안 되면 규칙을 못 찾아요.
2. 행위자 — 누가 하는가
모든 분야는 "누가" 에서 시작해요. 그리고 대부분의 분야에서 중요한 건 사람이 아니라 그 사람이 지금 쓰고 있는 자격이에요.
왜 어느 분야에나 있나
행동에는 하는 쪽이 있어요. 그리고 어느 분야든 같은 행동이라도 누가 했느냐로 결과가 달라져요. 그래서 분야마다 행위자를 나누는 자기만의 목록을 갖고 있어요.
| 분야 | 행위자 목록 |
|---|---|
| 세무 | 개인 / 법인 / 원천징수의무자 / 과세관청 |
| 의료 | 의사 / 간호사 / 환자 / 보호자 / 대리 동의권자 |
| 항공 | 기장 / 부기장 / 관제사 / 정비사 |
| 소프트웨어 | 사용자 / 관리자 / 서비스 계정 / 시스템 자신 |
| 축구 | 선수 / 골키퍼 / 주심 / 부심 |
골키퍼만 손을 쓸 수 있어요. 같은 사람이 페널티박스를 나가는 순간 못 써요. 행위자가 아니라 자격이 규칙을 부른다 는 게 이 칸의 핵심이에요.
초보와 전문가가 갈리는 자리
초보는 사람 으로 봐요. "김OO씨가 그렇게 했다." 전문가는 자격 으로 봐요. "그때 그 사람은 어느 자격으로 한 건가?"
대표이사이면서 주주이면서 직원인 사람은 흔해요. 그 사람이 회사에서 돈을 받았을 때, 어느 자격으로 받았느냐가 안 정해지면 그 뒤 모든 판단이 안 서요.
새 분야에서 채울 질문
· 이 분야의 행위자 종류는 몇 가지인가?
· 한 사람이 여러 자격을 동시에 가질 수 있나?
· 자격은 어떻게 얻고, 어떻게 잃나?
· 자격이 없는 사람이 하면 어떻게 되나? (무효? 무권한? 처벌?)마지막 줄이 은근히 중요해요. 자격 없이 한 행동을 어떻게 취급하느냐 가 그 분야의 성격을 잘 보여줘요.
3. 관계 — 어떤 사이인가
행위자 둘 사이의 구조가 규칙을 바꿔요. 특히 한쪽이 더 많이 알거나 더 힘이 셀 때.
왜 어느 분야에나 있나
관계가 대등하면 규칙이 적어요. 알아서 하라고 두면 되니까요. 한쪽이 기울어져 있으면 거기에 항상 보호 규칙이 붙어요. 이게 분야를 가리지 않고 반복돼요.
| 기울어진 관계 | 그래서 붙는 것 |
|---|---|
| 의사 — 환자 (아는 양이 다름) | 설명하고 동의받을 의무 |
| 회사 — 직원 (힘이 다름) | 계약으로 못 낮추는 최소 기준 |
| 자산운용사 — 고객 (남의 돈을 굴림) | 고객 이익을 앞에 둘 의무 |
| 플랫폼 — 이용자 (규칙을 한쪽이 정함) | 약관 규제, 고지 의무 |
| 가까운 사이끼리의 거래 | 정상 가격이었는지 설명할 부담 |
패턴이 하나예요. 정보나 힘이 한쪽에 쏠려 있으면, 쏠린 쪽에 의무가 얹혀요. 새 분야에서 "왜 이렇게 절차가 많지?" 싶으면 대체로 이 자리예요.
초보와 전문가가 갈리는 자리
초보는 계약서에 뭐라고 썼는지 를 봐요. 전문가는 실제로 어떻게 굴러갔는지 를 봐요.
프리랜서 계약서를 썼는데 매일 출근시키고 업무를 일일이 지시했다면, 나중에 고용으로 판단될 수 있어요. 이름표보다 실제 모습이 우선하는 경우가 많아요. 이건 세무·노무만의 이야기가 아니에요. 의료에서도 "누가 실제로 판단했는가", 소프트웨어에서도 "문서엔 이렇게 적혀 있지만 실제 호출은 어떻게 되는가" 로 똑같이 나타나요.
새 분야에서 채울 질문
· 누가 더 많이 알고, 누가 더 힘이 센가?
· 그 비대칭 때문에 어떤 의무가 붙어 있나?
· 남의 것을 대신 다루는 자리가 있나? (있으면 거기에 무거운 의무가 있음)
· 이해가 부딪히는 자리는 어디인가?4. 상태와 사건 — 무엇이 무엇을 바꾸나
거의 모든 분야는 상태 기계예요. 지금 어떤 상태이고, 무슨 일이 벌어지면 어디로 가는가.
왜 어느 분야에나 있나
분야를 배운다는 건 결국 "이러면 저렇게 된다" 를 아는 것 이에요. 그러려면 지금 상태와 갈 수 있는 다음 상태가 있어야 해요.
| 분야 | 상태의 예 |
|---|---|
| 결제 | 대기 → 승인 → 부분취소 → 전액취소 → 정산완료 |
| 의료 | 내원 → 분류 → 진단 → 처치 → 경과관찰 → 퇴원 |
| 물류 | 입고 → 보관 → 피킹 → 출고 → 배송 → 인도 |
| 채용 | 지원 → 서류 → 면접 → 처우협의 → 입사 → 수습 |
| 소송 | 제소 → 변론 → 판결 → 확정 → 집행 |
여기서 진짜 배울 것
상태 목록이 아니라 세 가지 예요.
① 갈 수 없는 전이. 정산이 끝난 뒤엔 그냥 취소가 안 돼요. 퇴원한 환자에게 병동 처치를 못 해요. "이 상태에서 이건 못 한다" 가 그 분야 규칙의 큰 덩어리예요.
② 되돌릴 수 있느냐. 되돌릴 수 있는 동작과 없는 동작은 완전히 다르게 다뤄야 해요. 못 되돌리는 동작 앞에는 어느 분야든 확인 절차가 붙어 있어요. 수술 전 체크리스트, 배포 전 승인, 송금 전 재확인 — 전부 같은 이유예요.
③ 저절로 벌어지는 사건. 아무도 아무것도 안 했는데 상태가 바뀌는 경우가 있어요. 기한이 지나서 권리가 사라지고, 유통기한이 지나서 재고가 폐기 대상이 되고, 시간이 지나서 세션이 끊겨요. 초보는 사람이 하는 일만 사건으로 봐요.
새 분야에서 채울 질문
· 상태를 몇 개로 나누나?
· 각 상태에서 할 수 있는 일과 못 하는 일은?
· 되돌릴 수 없는 전이는 어디인가?
· 아무도 안 건드려도 저절로 바뀌는 게 있나?5. 분류 — 현실을 어떻게 자르나
현실은 하나인데 분야마다 자기 이름표를 붙여요. 어떤 이름표가 붙느냐로 결과가 통째로 바뀌어요.
이 칸이 왜 특별한가
앞뒤 칸의 재료가 되기 때문이에요. 분류가 안 정해지면 규칙을 못 찾고, 규칙을 못 찾으면 아무것도 못 해요.
같은 사실에 여러 이름표가 붙는 게 보여야 해요.
"회사가 김OO에게 500만 원을 줬다" 는 사실은 이게 전부예요. 여기에 이름표가 붙어요.
| 누가 붙이나 | 이름표 |
|---|---|
| 세무 | 근로소득 / 사업소득 / 기타소득 / 빌려준 돈 |
| 회계 | 비용 / 선급금 / 대여금 |
| 법무 | 계약 이행 / 대여 / 증여 / 손해배상 |
다른 분야도 똑같아요. 응급실에 온 환자의 가슴 통증은 진단 분류가 정해지는 순간 이후 절차가 전부 정해져요. 물류에서 화물이 위험물 몇 급으로 분류되느냐로 보관 장소·운송 수단·서류가 다 바뀌고요.
그래서 실무 대화의 상당 부분이 "이게 뭐로 잡히냐" 예요. 그 다음은 대체로 찾아보면 나와요.
초보와 전문가가 갈리는 자리
초보는 겉모습으로 분류하고, 전문가는 구조로 분류해요.
물리 문제를 초보는 "도르래 문제, 빗면 문제" 로 묶어요. 전문가는 "에너지 보존으로 푸는 문제, 힘의 평형으로 푸는 문제" 로 묶어요. 겉모습이 전혀 다른 두 문제가 전문가에겐 같은 서랍에 들어가요.
그래서 새 분야에서 이 질문이 강력해요.
"겉보기엔 달라 보이는데 같은 서랍에 들어가는 게 뭐예요?""겉보기엔 같은데 전혀 다르게 처리해야 하는 건 뭐예요?"
이 두 개에 답할 수 있으면 그 분야의 격자를 얻은 거예요.
새 분야에서 채울 질문
· 가장 자주 쓰는 분류축 3개는?
· 분류가 바뀌면 뭐가 달라지나?
· 분류가 애매해서 자주 다투는 자리는?
· 분류를 내가 고를 수 있나, 사실이 정하나? (거의 항상 후자)6. 규칙 — 무엇이 강제되나
"규정에 뭐라고 나와 있어요?" 라는 질문에는 층이 있어요. 어느 층을 보고 있는지 아는 게 중요해요.
규칙은 한 겹이 아니에요
위쪽 : 원칙·상위 규범 — 잘 안 바뀜, 추상적
↓
중간 : 구체적 규정 — 실무가 여기서 갈림
↓
아래 : 해석·지침·관행 — 실제로 사람들이 따르는 것
↓
그리고 : 실제 사례에서의 판단| 분야 | 위 | 중간 | 아래 |
|---|---|---|---|
| 세무 | 법률 | 시행령·규칙 | 예규·판례 |
| 의료 | 의료법 | 진료 지침 | 병원 프로토콜·과별 관행 |
| 소프트웨어 | 표준 명세 | 구현체 동작 | 팀 규약·암묵적 합의 |
| 스포츠 | 경기 규칙 | 대회 규정 | 심판 재량·판정 관행 |
답이 갈리는 자리는 대체로 아래 두 층이에요. 위층만 읽고 "이러면 되겠네" 했다가 어긋나는 게 흔한 실패예요.
그리고 층끼리 부딪히기도 해요. 규정과 실제 관행이 다를 수 있어요. 그래서 "이거 확실해요?" 라는 질문이 실무에서 진짜 의미를 가져요.
바꿀 수 있는 규칙과 없는 규칙
어느 분야든 이 구분이 있어요.
- 못 바꾸는 것 — 당사자끼리 합의해도 효력이 없는 것. 안전 기준, 최소 근로조건, 세금.
- 바꿀 수 있는 것 — 합의로 다르게 정할 수 있는 것. 대금 조건, 내부 절차.
합의는 못 바꾸는 규칙 위에서만 자유로워요. "퇴직금 없는 걸로 하자" 고 써도 효력이 없을 수 있고, 안전 절차를 "우리끼리 생략하자" 고 정할 수 없어요.
새 분야에서 채울 질문
· 규칙의 층이 몇 개고, 사람들이 실제로 보는 층은 어디인가?
· 합의로 바꿀 수 있는 건 어디까지인가?
· 규정과 실제 관행이 다른 자리가 있나?
· 이 규칙은 왜 생겼나? ← 이유를 알면 예외도 추론됨마지막 줄이 밑판을 두껍게 만들어요. 규칙을 이유와 함께 외우면 안 배운 경우도 추론할 수 있어요. 이유 없이 외우면 목록이 늘 뿐이에요.
7. 경계 — 언제 안 통하나
초보는 규칙을 배우고, 전문가는 언제 그 규칙이 안 통하는지를 훨씬 많이 알아요.
왜 경계가 실력인가
잘 굴러가는 경우는 아무도 안 물어봐요. 사람들이 전문가를 찾는 순간은 거의 항상 경계선 근처예요.
그리고 경계는 자료에 잘 안 적혀 있어요. 규칙은 문서에 있지만 예외는 사고 났던 기억 속에 있어요. 그래서 이 칸만은 사람에게 물어야 해요.
"이거 하다가 사고 났던 적 있어요?"
이 한 문장이 두꺼운 자료 몇 권보다 빨라요.
경계가 생기는 세 가지 모양
| 모양 | 뜻 | 예 |
|---|---|---|
| 문턱 | 넘으면 다른 규칙이 걸림 | 금액 한도, 인원 규모, 속도 제한, 데이터 크기 |
| 조건 | 어떤 요건을 갖춰야만 적용됨 | 증빙이 있어야, 동의를 받아야, 자격이 있어야 |
| 특례 | 특정 대상만 다르게 취급 | 중소기업 특례, 응급 상황, 미성년자 |
새 분야에서 한도 / 요건 / 특례 라는 세 단어가 나오면 경계선 근처예요. 그 근처가 사고 나는 자리예요.
다섯 개짜리 질문
무엇을 배우든 이걸 붙이세요.
① 일반적인 경우는?
② 예외는?
③ 예외의 예외는?
④ 어디까지 적용되나? (문턱은 어디)
⑤ 뭐가 바뀌면 결과가 바뀌나?⑤번이 다음 칸으로 가는 다리예요.
8. 자원 — 무엇이 유한하고 어디로 흐르나
어느 분야에나 모자란 게 있어요. 그리고 그건 어디선가 나와서 어디론가 가요.
유한한 것을 먼저 찾으세요
| 분야 | 모자란 것 |
|---|---|
| 재무 | 현금 |
| 병원 | 병상, 수술방, 당직 인력 |
| 물류 | 창고 공간, 차량, 인도 시간 |
| 소프트웨어 | 메모리, 연결 수, 처리 시간 |
| 조직 | 사람의 주의력과 시간 |
모자란 게 뭔지 알면 그 분야가 왜 그렇게 움직이는지 대부분 설명돼요. 병원의 이상해 보이는 절차 상당수가 병상과 인력이라는 병목에서 나와요. 물류의 복잡한 규칙도 공간과 시간 때문이고요.
흐름에는 보존이 있어요
돈이든 재고든 어디서 나와서 어디로 갔는지가 맞아야 해요. 회계의 자산 = 부채 + 자본 도 결국 이 이야기예요. 회사가 가진 건 남의 돈 아니면 주인 돈으로 산 거니까요.
재고도 같아요. 들어온 것 − 나간 것 = 남아 있어야 할 것. 안 맞으면 어딘가 새고 있거나 기록이 틀린 거예요.
"안 맞는다" 가 문제의 첫 신호 라는 게 분야를 가리지 않아요.
두 개의 판이 따로 논다
이건 특히 자주 안 보여서 따로 적어요.
"얼마 벌었나" 와 "돈이 지금 있나" 는 다른 판이에요.
11월에 물건을 넘기고 대금은 2월에 받기로 했다면, 이익은 11월에 잡히는데 통장엔 돈이 없어요. 그래서 이익이 나는데도 회사가 멈출 수 있어요.
같은 구조가 다른 데도 있어요. 처리량은 충분한데 특정 시점에 몰려서 터지는 시스템, 연간 병상은 남는데 특정 요일에 포화되는 병원. 총량과 시점은 다른 이야기예요.
새 분야에서 채울 질문
· 여기서 가장 모자란 건 뭔가?
· 그게 막히면 뭐가 멈추나?
· 흐름이 안 맞으면 어떻게 알아채나?
· 총량은 괜찮은데 시점 때문에 터지는 자리가 있나?9. 관측 — 어떻게 알 수 있나
실제로 그랬느냐와 그랬다고 보여줄 수 있느냐는 다른 문제예요. 분쟁과 사고 조사는 후자로 갈려요.
남기지 않은 것은 없었던 것
억울하게 느껴지는 자리예요. 진짜로 그랬는데 기록이 없으면 인정 안 될 수 있어요. 나중에는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어느 분야든 기록에 집착해요.
| 분야 | 남기는 것 | 없으면 |
|---|---|---|
| 세무 | 증빙, 장부 | 비용으로 인정 안 될 수 있음 |
| 의료 | 진료기록, 동의서 | 설명했는지 증명 못 함 |
| 항공 | 비행기록, 정비이력 | 원인을 못 찾음 |
| 소프트웨어 | 로그, 배포 이력 | 장애 원인을 못 찾음 |
| 연구 | 실험 노트 | 재현도 반박도 못 함 |
누가 증명해야 하나
이게 실무에서 굉장히 중요해요. 증명 못 하면 지는 쪽이 정해져 있거든요. 대체로 자기에게 유리한 사실은 자기가 증명 이 기본이에요.
그래서 실무의 상당 부분이 미리 증거를 만들어두는 일 이에요. 일이 터진 다음에는 못 만들어요.
지표는 현실이 아니에요
한 겹 더 들어가면 이 칸의 진짜 알맹이가 나와요.
우리가 보는 건 현실이 아니라 현실이 남긴 그림자예요. 매출 숫자는 회사가 아니고, 체온은 환자가 아니고, 응답시간은 사용자 경험이 아니에요.
그래서 어느 분야든 이 세 가지가 문제가 돼요.
- 안 보이는 것 — 기록에 안 남는 일은 없는 것처럼 다뤄져요. 그런데 실제로는 있어요.
- 지표를 목표로 삼으면 망가지는 것 — 측정을 목표로 걸면 사람들이 지표만 맞춰요.
- 여러 기록이 서로 안 맞는 것 — 계약서엔 500인데 이체는 300이면 설명이 필요해져요. 일관성이 증거의 핵심이에요.
새 분야에서 채울 질문
· 무엇이 기록되고, 무엇이 기록되지 않나?
· 기록 안 되는 것 중에 중요한 게 있나? ← 여기가 사고 나는 자리
· 증명 책임은 누구에게 있나?
· 이 분야 사람들이 믿는 지표는 뭐고, 그게 놓치는 건 뭔가?10. 불확실성 — 틀리면 어떻게 되나
모든 판단에는 틀릴 가능성이 있어요. 그래서 마지막 칸은 "틀렸을 때" 예요.
잘못의 무게가 달라요
분야를 가리지 않고 이 구분이 있어요.
| 상태 | 대체로 |
|---|---|
| 조심했는데 어쩔 수 없었다 | 책임이 가벼워짐 |
| 살폈으면 알 수 있었다 (과실) | 책임 있음 |
| 알면서 했다 (고의) | 훨씬 무거움 |
| 숨겼다 | 가장 무거움. 기간 제한도 늘어남 |
숨기는 순간 무게가 확 올라간다 는 게 모든 분야에서 일관돼요.
그래서 실무가 그렇게 생겼어요
관리 부서가 왜 그렇게 서류와 절차를 요구하는지, 여기서 이어져요.
절차를 밟고 기록을 남기는 건 "조심했다" 를 증명하기 위한 것 이에요.
결과가 나빠도 과정이 정당했다 는 걸 보여주면 무게가 달라져요. 의료의 동의서, 항공의 체크리스트, 개발의 리뷰 기록 — 전부 같은 구조예요. 9장의 기록이 여기서 만나요.
불확실성을 다루는 네 가지 방법
답이 하나로 안 떨어지는 문제는 어느 분야에나 늘 있어요. 그럴 때 실무는 이렇게 해요.
1. 판단 근거를 남긴다 — 왜 이렇게 봤는지
2. 애매하면 안전한 쪽을 택한다 — 유리한 쪽 말고
3. 미리 물어본다 — 사전 확인, 자문
4. 선을 정해둔다 — 이 규모 이상은 반드시 위로 올린다4번이 중요해요. 어디까지가 내가 판단할 자리인지 아는 게 실력이에요. "모르면 넘긴다" 는 아마추어의 태도가 아니라 프로의 태도예요.
새 분야에서 채울 질문
· 여기서 틀리면 누가, 얼마나 책임지나?
· 되돌릴 수 있는 실수와 없는 실수의 경계는?
· 애매할 때 이 분야는 어느 쪽으로 기우나? (보수적? 신속?)
· 내가 판단해도 되는 범위는 어디까지인가?11. 열 칸을 통과시켜보기 — 완전히 다른 두 사건으로
밑판이 진짜 밑판인지 보려면, 아무 상관 없는 두 사건을 같은 칸으로 통과시켜보면 돼요.
| 칸 | 외주 개발자에게 500만 원 지급 | 환자가 흉통으로 응급실에 옴 |
|---|---|---|
| 1. 행위자 | 개인인가 사업자인가 법인인가. 우리 쪽은 누가 결정했나 | 환자 본인인가, 의식이 없으면 누가 동의하나 |
| 2. 관계 | 도급인가, 실질이 고용에 가깝나 | 주치의–환자. 설명하고 동의받을 의무 |
| 3. 상태·사건 | 계약 성립 → 납품 → 검수 → 지급. 어디까지 왔나 | 내원 → 중증도 분류 → 검사 → 처치. 되돌릴 수 없는 처치는? |
| 4. 분류 | 사업소득인가 기타소득인가. 비용인가 자산인가 | 어떤 진단으로 분류되나. 분류가 바뀌면 절차가 통째로 바뀜 |
| 5. 규칙 | 세법 + 계약 + 사내 규정 | 법 + 진료 지침 + 병원 프로토콜 |
| 6. 경계 | 금액이나 기간이 커지면 달라지는 게 있나 | 응급이면 절차가 달라지는 자리는 어디인가 |
| 7. 시간 | 어느 사업연도인가. 신고 기한은 | 시간이 곧 결과. 검사 순서가 결과를 바꿈 |
| 8. 자원 | 이번 달 자금 계획에 잡혀 있나 | 지금 비어 있는 처치실·인력·장비 |
| 9. 관측 | 계약서, 인수 기록, 세금계산서 | 검사 수치, 차트, 동의서. 수치가 환자 자체는 아님 |
| 10. 불확실성 | 분류를 잘못하면 어떤 부담이 오나 | 애매하면 어느 쪽으로 기우나. 언제 상급자를 부르나 |
세부 답은 하나도 몰라도 괜찮아요. 중요한 건 양쪽 다 열 줄의 질문이 나왔다 는 거예요.
그리고 이렇게 놓고 보면 4번 칸(분류)이 양쪽 다 병목이라는 게 보여요. 소득 구분이 정해져야 뒤가 풀리고, 진단이 정해져야 절차가 정해져요. 분류가 정해지기 전엔 아무것도 확정 못 한다 는 게 분야를 가리지 않아요.
12. 밑판 위에 도메인을 얹으면
이제 새 분야 자료를 편다고 해봐요. 전과 뭐가 다르냐면요.
| 밑판 칸 | 세무에서는 | 개인정보에서는 | 소프트웨어 운영에서는 |
|---|---|---|---|
| 1. 행위자 | 납세의무자, 원천징수의무자 | 정보주체, 처리자, 수탁자 | 사용자, 관리자, 서비스 계정 |
| 2. 관계 | 특수관계인 | 위탁·제3자 제공 | 호출 관계, 소유 관계 |
| 3. 상태·사건 | 과세 사건의 발생 | 수집 → 이용 → 보관 → 파기 | 배포, 장애, 롤백 |
| 4. 분류 | 소득 구분, 과세·면세 | 개인정보·민감정보·가명정보 | 장애 등급, 데이터 등급 |
| 5. 규칙 | 법률–시행령–예규 | 법–고시–가이드라인 | 표준–구현–팀 규약 |
| 6. 경계 | 한도, 요건, 특례 | 동의 예외, 목적 범위 | 임계값, 한도, 폴백 |
| 7. 시간 | 귀속시기, 신고기한 | 보유기간, 파기시점 | 타임아웃, 순서 보장 |
| 8. 자원 | 자금 | 최소 수집 원칙 | 용량, 처리량 |
| 9. 관측 | 증빙, 장부 | 처리 기록, 동의 기록 | 로그, 지표 |
| 10. 불확실성 | 가산세, 부당 신고 | 유출 시 책임 | 장애 회고, 책임 범위 |
단어만 새로워요. 묻는 구조는 이미 아는 거예요.
그래서 두 번째 분야부터 눈에 띄게 빨라져요. 매번 새 세계를 배우는 게 아니라, 아는 세계에 규칙 한 겹을 얹는 일이 되니까요.
그리고 이건 기업 분야만의 이야기가 아니에요. 의료·항공·물류·스포츠·게임 어디에 대봐도 열 칸이 거의 그대로 채워져요. 안 채워지는 칸이 있으면 그게 그 분야의 특징이에요. 빈칸도 정보예요.
실제로 얹어본 걸 보고 싶다면 → business-domain-basics.md. 이 열 칸을 기업 도메인(세무·법무·회계)에 끝까지 얹어본 문서예요. 법인격, 채권과 채무, 발생주의, 증빙, 강행규정 같은 것들이 열 칸의 어디에 들어가는지 볼 수 있어요. 밑판을 한 분야에 얹으면 이렇게 생긴다 는 견본으로 읽으면 돼요.
13. 밑판을 두껍게 유지하는 법
한 번 만들면 끝이 아니에요. 계속 쓸 수 있게 관리하는 방법이 있어요.
새로 배운 걸 어느 층에 넣을지 고르기
질문 하나면 걸러져요.
"이게 틀렸다고 치면, 나한테 뭐가 남지?"
| 이렇게 배웠다면 | 그게 틀리면 | 어디에 |
|---|---|---|
| "이 경우엔 이렇게 처리한다" | 규정 바뀌면 다 사라짐 | 그때그때 찾아보는 것 |
| "이 분류가 결과를 가른다" | 규정 바뀌어도 남음 | 그 분야 노트 |
| "이 분야는 시점과 기록에 예민하다" | 분야가 바뀌어도 남음 | 밑판 |
같은 걸 배웠는데 어느 높이에서 이해했느냐 로 수명이 갈려요.
단, 너무 올라가면 못 써요
"모든 일에는 트레이드오프가 있다" 는 영원히 맞지만 아무 데도 못 써요. 높이를 재는 방법은 하나예요.
그 문장으로 다음 행동이 하나라도 정해지나요? 안 정해지면 너무 올라간 거예요.
분야를 옮길 때마다 하는 것
새 분야를 하나 끝낼 때마다 이걸 해보세요.
· 이 분야에서 열 칸 중 유난히 무거웠던 칸은?
· 다른 분야에서도 통할 것 같은 발견이 있었나? → 밑판에 추가
· 이 분야에만 있는 특이한 칸이 있었나? → 밑판에 칸 하나 늘릴지 검토밑판은 분야를 지날 때마다 두꺼워져요. 세 번째 분야쯤 되면 처음 두 분야에서 몇 달 걸린 걸 몇 주에 잡게 돼요. 그게 이 문서의 목적이에요.
마치며 — 지식보다 밑판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면요. 300만 년 전 사람과 지금 사람의 뇌는 크게 다르지 않은데 결과는 어마어마하게 달라졌어요. 개인이 더 똑똑해져서가 아니라, 앞사람이 만들어놓은 것 위에서 시작할 수 있게 됐기 때문 이에요.
개인 안에서도 똑같은 일이 일어날 수 있어요. 새 분야를 만날 때마다 0에서 시작할 수도 있고, 지난 분야에서 만든 밑판 위에서 시작할 수도 있어요.
열 칸으로 줄이면 이래요.
① 누가 ② 누구와 어떤 사이로 ③ 무슨 일이 벌어져서 무엇이 달라지고 ④ 그게 뭐로 분류되며 ⑤ 어떤 규칙이 걸리고 ⑥ 어디서 그 규칙이 깨지고 ⑦ 언제·어떤 순서로 ⑧ 뭐가 모자라고 ⑨ 무엇으로 알 수 있고 ⑩ 틀리면 누가 지나.
이 열 개는 세율이 바뀌어도, 지침이 개정돼도, 기술이 갈아치워져도 남아요. 바뀌는 건 각 칸에 들어가는 내용이지 칸 자체가 아니에요.
그리고 이게 있으면 모르는 분야에서도 질문을 만들 수 있어요. 답은 검색하거나 물어보면 나오는데, 뭘 물어봐야 할지는 아무도 안 알려주거든요.
어떤 분야를 안다는 건 답을 많이 가진 상태가 아니라, 처음 보는 일 앞에서 빠진 칸이 눈에 보이는 상태 예요.
잠깐, 진짜로? — 이 열 칸은 어느 교과서에 있는 분류가 아니에요. 여러 분야에서 반복되는 구조를 정리한 사고 도구예요. 본인이 다루는 분야에서 칸이 모자라면 늘리고, 안 쓰이면 빼세요. 다만 5장의 "초보자는 겉모습으로 분류하고 전문가는 구조로 분류한다" 는 인지심리학에서 여러 영역에 걸쳐 반복 확인된 발견이에요 (체스 기보 기억 실험, 물리 문제 분류 실험 등). 나머지는 검증된 이론이 아니라 정리된 관찰로 받아들이세요.
그리고 각 칸의 분야별 예시는 구조를 보여주려는 것 이지 그 분야의 정확한 실무 설명이 아니에요. 실제 판단은 해당 분야 자료와 담당자로 확인하세요.
🎯 다시 떠올려보기
Q1. (회상) 이 문서를 덮고 열 칸을 안 보고 적어보세요. 몇 개 나오나요? 안 나온 칸이 아직 안 박힌 자리예요.
Q2. (적용) 본인이 지금 가장 잘 아는 분야를 하나 골라 열 칸을 채워보세요. 술술 채워지는 칸과 막히는 칸 이 갈릴 거예요. 막히는 칸이 그 분야에서 본인이 아직 안 본 면이에요.
Q3. (전이 검증) 본인 분야와 아무 상관 없는 분야 하나를 골라보세요 (요리, 항공, 축구 심판, 병원 뭐든). 11장처럼 나란히 놓고 열 칸을 채워보세요. 채워지면 밑판이 진짜인 거고, 안 채워지면 그 칸은 아직 본인 분야에만 맞춰진 거예요.
Q4. (구조 이해) 5장에서 "겉보기엔 다른데 같은 서랍에 들어가는 것" 을 본인 분야에서 두 개 찾아보세요. 이게 안 나오면 아직 겉모습으로 분류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어요.
Q5. (경계) 본인 분야 사람에게 "이거 하다 사고 났던 적 있어요?" 를 물어보세요. 그 사고가 열 칸 중 몇 번에서 터졌는지 짚어보세요. 4·7·9번에서 많이 터져요.
Q6. (반례) 이 문서는 "이름표보다 실제 모습" 이라고 두 번 말해요 (3장, 5장). 그런데 형식이 실질보다 우선하는 자리 도 있을까요? 하나 찾아보세요. 찾으면 밑판이 한 겹 정교해져요.
Q7. (메타) 지금 본인에게 가장 약한 칸은 몇 번인가요? 그 칸 하나만 이번 달에 파본다면 무엇부터 읽거나 누구에게 물어보시겠어요?
열 개를 다 외우지 않아도 돼요. 다음에 낯선 일이 왔을 때 "이거 몇 번 칸 이야기지?" 가 한 번이라도 떠오르면, 그때부터 밑판은 일을 시작한 거예요.